우리 우울증 SNS에 얼마만큼의 책임을 물을 수 있나?
우리 우울증 SNS에 얼마만큼의 책임을 물을 수 있나?
‘의료화’ 또는 ‘질병화’ 등으로 부를 수 있는 현상들이 있다.
건강 측면에서 우리에게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사안들의 극적인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
혹은 그 영향력이 입증된 결과들을 기반으로 해서 “OO는 질병입니다! 치료가 필요합니다!”라고 정의를 내려버리는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이나 공적기관이 이런 명제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순간, 해당 사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분명 이전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우리의 자연스러운 삶을 결정적으로 방해하는 ‘질병’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관심을 가지지 않겠는가?
예를 들어 우리 사회에서는 “흡연은 질병입니다. 치료는 금연입니다!”라는 슬로건으로 한동안 대국민 흡연 예방 캠페인이 진행된 바 있었고,
“도박은 질병입니다! 반드시 치료가 필요합니다!”라며 1336이라는 핫라인을 소개하는 문구도 기억이 난다.
흡연과 도박, 즉 누군가는 별 심각한 걱정없이 행하던 그 행위에 대하여, 과학적 팩트들을 근거삼아
‘질병 (Disease)’으로 명확하게 선언하며 극단적 위험성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던 것이다.
지난 5월 23일, 미국 보건당국에서는 이 같은 묵직한 경고가 또 하나 발표되었다.
SNS의 과도한 사용이 실제 ‘질병’과 관련되어 있으며,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수준으로 넘어갈 수는 있다는 심각함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물론 SNS의 가장 주요한 사용자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 결과에 근거한 발표였다.
미국의 ‘국민주치의’라고 불리기도 하는 비베크 머시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 (PHSCC) 단장은,
청소년들의 장시간 SNS 사용이 단순한 중독을 넘어 우울증을 일으키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주장했다.
머시 단장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른바 ‘골든 타임’은 하루 3시간 즈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만약 하루 3시간 이상 SNS를 사용할 경우,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에 비해 우울증이라는 만만치 않은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2배 이상으로 높아진다는 경고였다.
보건당국은 청소년들의 SNS 사용과 우울증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미국인 상당수를 중대한 위기에 빠뜨렸던 주요 질병들을 콕콕 짚었다
“그 정도로 위험하고 심각하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예를 들어, 60년대 본격적인 건강 유해성을 뒤늦게 인지하며 전 국민에게 심각성을 부랴부랴 알렸던 흡연을 언급했다.
성문화와의 연관성을 지적하며 결정적인 위험성에 대해 중대 경고를 발표했던 AIDS 사례도 제시했고,
90년대 이후 풍요 속에서 비집고 나와 다수 미국인의 건강을 위협했던 비만 또한 비교 사례로 활용했다.
이 같은 발표는 곧, 지금 현재 우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누리고 있는 미디어 환경 중 핵심인
SNS가 사회 구성원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은 의도로 전해졌다.
물론 주요 우려 사항은 청소년들의 과도한 SNS 사용이었지만, 청소년들의 안위를 돌보는
주체이면서 SNS의 사용자들이기도 한 성인들에게도 분명 중요한 메시지였다.
머시 총감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한 극복으로 부모 등 주요 양육자의 책임을 단연 꼽았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하는 식사시간, 각종 대면 모임 등을 통해 유대감을 형성하고 이 같은 오프라인 행위들을
재료 삼아 어떻게든 SNS를 멀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당부였다.
보건당국과 보고서가 제시한 SNS의 대표적인 유해성은, 일단 사용하는 대부분의 순간에서
실제적인 교감 없이 타인과의 비교 행위를 끊임없이 진행해야 하는 상황을 들었다.
이 같은 시간이 장시간 계속될 경우, 우울증에 진입하는 선행조건들 즉 자기 몸에 대한
부정인식과 자존감 하락이 형성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는 의미였다.
또 한가지 유해성은, 주요 SNS가 제공하는 콘텐츠들의 직접적 위험이었다.
SNS의 특성상 자극적이고 말초적으로 시청각을 자극하려는 요소들이 가득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는 말이다.
특히나 무자비한 폭력과 비합리적인 성적 표현, 자해 혹은 자살 장면과 마약에 이르기까지 자율성과
즉시성이라는 SNS의 특성에 의해 사용자들에게 노출되는 경우는 사실상 셀 수도 없을 정도이다.
머시 단장과 보건당국의 궁극적인 주장은, 특히나 미성년자들에 의한 과도한 SNS 사용을 국가 차원의
“긴급한 공중보건 위기”로 지정해야 한다는 시각이었다. 결론은 추후 전해지겠지만,
SNS는 이제 본격적인 질병급(?)으로 간주되어 조심해야 하는 존재로 명확하게 지정된 것으로 보인다.
위 발표 소식을 접하며 자연스레 찾아오는 생각은, 어쩌면 미국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는 우리의 SNS 문화와 청소년 우울증에 대한 걱정이었다.
전세계 스마트폰 보급률 1위는 물론
전국 어디서나 예외없이 팡팡 터지는 와이파이 등 우리의 SNS 인프라는 어디에도 비교할 상대가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언제나 접속중이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우리 청소년들의 SNS 과몰입은 이미 하루이틀 이야기도 아니다.
그렇다면, 미국 보건당국이 심각한 우려를 표한 바로 그 현상은 거의 동일하게,
아니면 그 이상으로 우리 한국사회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청소년 등 미성년자들의 SNS 사용에 대해 “그 나이에는 그럴 수 있지.
심각할 것 없어!”라는 낙천적 태도가 어느 정도 존재했다면, 이제야 말로 본격적인 우려와 제한 장치들을 논의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특히나, 우리는 최근 SNS를 통한 각종 자해인증 문화 유행,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한 자살 장면 중계 등 너무나 위험한 사항들이 SNS와 연계되어 진행되는 것을 정확히 목격한 바 있다.
해당 콘텐츠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심지어 누군가는 사망을 해도 별 다른 제한이나 규제 장치가 미비하다는 사실도 충분히 알게 되었고 말이다.
SNS가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질병과 연결될 가능성은 넉넉하게 입증된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국가에서 수집된 직접적 혹은 간접적 자료들에 의해서 말이다.
이제 사회가 이 같은 위험성 제기에 대해 체계적으로 답할 차례라는 생각이다. 법이든, 규정이든, 처벌이든, 그 외 독특한 넛지도 좋겠다.
물론, 사회적인 장치의 탄탄한 마련이 실행되기 전에는, 미디어 리터러시 학습 등 사용자 개인 차원에서의 각자도생(?)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