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인데 지하철 버스만 타면 꾸벅 왜 그럴까?
불면증인데 지하철 버스만 타면 꾸벅 왜 그럴까?
밤에 불 켜놓고 자나요? 감염 취약한 당뇨병 환자 될지도
밤엔 잠이 안와도 지하철·버스만 타면 이상하게 졸음이 밀려온다는 사람이 많다.
스마트폰을 보다가도 어느새 꾸벅 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꿈까지 꿀 만큼 깊이 잠든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왜 차만 타면 잠이 올까?
차에 탔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진동’과 관련이 있다.
차가 앞으로 나아가면 위아래로 작은 진동이 발생한다.
일본철도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지하철의 진동 수는 2Hz 정도다.
1초에 두 번 진동한다는 뜻으로, 이처럼 일정하고 단조로운 진동이 졸음을 유발한다.
아이를 안고 천천히 흔들어주면, 아이가 더 빨리 잠드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뇌는 작은 진동처럼 무해하고 일정한 자극을 느끼면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정보로 판단하고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잠에 드는 등 몸이 이완되도록 한다.
지하철·버스 내부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점도 영향을 준다.
차량처럼 밀폐된 공간은 외부 환경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 숨 쉴 때 들이마시는 산소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뇌로 가는 산소량이 줄어들면 몸이 나른해지고 졸음을 느낄 수 있다.
보통 이산화탄소 농도가 1000ppm을 넘으면 졸리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많은 사람이 함께 차에 타면 이산화탄소 수치가 빠르게 높아져 잠이 더 잘 온다.
멀미 또한 잠을 유발한다. 멀미는 시각, 전정 감각 등에서 뇌로 보낸 신호가 상충할 때 발생하는 증상으로,
뇌는 상충하는 감각 정보를 무시하고 혼란을 피하기 위해 잠을 자려 한다.
실제로 잠을 자면 멀미가 조금 해소되기도 한다.
한편, 버스나 지하철에서 잠들어도 내릴 시간만 되면 눈이 떠지는 이유는 잠의 깊이와 연관돼 있다.
수면 유형은 잠의 깊이에 따라 얕은 잠인 ‘렘수면’과 깊은 잠인 ‘비렘수면’으로 구분되는데, 보통 지하철·버스에서는 조명이 밝고
주변 환경이 시끄러워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렘수면 단계에 머문다.
렘수면 단계에서는 뇌가 잠들지 않고 외부 자극을 계속해서 처리하기 때문에 잠을 자고 있어도 무의식적으로
평소 소요시간을 추측하거나 안내음 소리에 반사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다만 수면량이 부족하면 깊은 잠에 빠져 이 같은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다.
낮에 졸음을 느끼는 노인은 당뇨병과 암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65세 이상 1만93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낮에 졸음을 얼마나 느끼는지 설문했다.
그리고 3년 후 이들이 특정 질환에 걸렸는지 조사했다.
연구 결과, 낮에 졸음을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뇨병·고혈압 발병률이 2.3배 높았고, 암 발병률은 2배 높았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나타난 정확한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낮에 졸음을 느낀다는 것은 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는 질환인데, 수면 시간이 부족한 것 역시 인슐린 저항성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잠이 부족하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도 줄어드는데, 멜라토닌은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한다고 알려졌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는 직접 수면의 품질이나 길이를 모니터링 한 것에 아니라,
참가자의 기억에 의존했다는 한계가 있다”며
“각종 질병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평상시 수면 습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