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아스파탐 걱정하면서 술 담배는 그대로?
발암물질 아스파탐 걱정하면서 술 담배는 그대로?
지난달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와 국제식량농업기구·세계보건기구 합동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가
아스파탐을 발암물질 2B군으로 분류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아스파탐에 대한 우려와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스파탐은 백색의 결정성 분말로 일반 설탕보다 200배의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다.
지난 1974년 미국 식품의약청에서 식품첨가물로 분류돼 사용이 승인된 이후, 다이어트 음료,
젤리,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등 유제품은 물론이고 시리얼, 치약, 츄어블 비타민과 같은 다양한 제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부터 탄산음료나 소주, 막걸리 등에 첨가해 왔으며,
강한 단맛을 내면서도 칼로리가 거의 없는 특징으로 인해 최근에는 저칼로리
대체감미료로 비만을 걱정하는 많은 이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국제암연구소에서 말하는 ‘발암물질 2B군’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국제암연구소는 지난 1969년부터 발암물질 및 요인에 대해 평가해 오고 있다.
2023년 현재까지 1110종에 대해 평가를 마치고 위험도에 따라 4개 군(1군, 2A군, 2B군, 3군)으로 분류해 알리고 있다.
1군은 담배처럼 인체에서의 발암성이 확실한 것을 말한다.
2A군은 발암성이 확실치는 않으나 상당히 의심되는 수준을 말한다.
2B군은 발암 가능성이 낮지만, 없다고 할 수는 없으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을 주문하는 수준이다.
아스파탐을 매일 마시던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데, 알고 보면 2B군인 아스파탐이 암을 일으킨다는 근거는 적다.
담배가 발암물질 덩어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사람들이 흔히 마시는 술도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식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을 일으키는 1군 발암물질이고, 소시지, 햄, 베이컨 같은 가공육도 대장암을 일으키는 1군 발암물질이다.
우리가 매우 자주 먹는 소고기, 돼지고기 등의 붉은 고기는 물론이고,
튀김류,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도 역시 2A군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다.
아스파탐보다도 발암 가능성이 더 확실하다는 뜻이다.
이쯤 얘기하면 사람들은 “저렇게 많은 것들이 발암물질이라면 먹을 게 뭐가 있냐”고 묻는다.
국제암연구소의 발암 분류는 발암의 강도를 말하는 것은 아니고, 증거가 얼마나 확실하냐를 중심으로 분류한 것이다.
암에 걸릴 확률을 높이는 것은 섭취량에 비례해서 증가한다. 술이든 담배든, 소시지든 햄이든 마찬가지다.
담배 때문에 매년 800만명이 사망한다. 그중 100만명은 암에 걸려서 사망한다.
술에 의해서 60만명이 암에 걸려 사망하고, 가공육으로는 3만4000명, 붉은 고기(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로는 5만명이 암에
걸려 사망한다(세계보건기구 통계).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대장암 위험이 16% 증가하고, 100g의 붉은 고기를 섭취하면 대장암 발생이 12% 올라간다.
우리나라의 알코올 사용자는 약 2500만명이며, 담배를 사용하는 이들 역시 930만명이다.
가볍게 한 잔씩 마시는 맥주와 소주에는 아스파탐보다 더욱 확실한 발암물질인 알코올이 함유돼 있다.
술 담배를 하면서 아스파탐이 발암물질인 것을 걱정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우리가 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시급한 일은 술과 담배를 끊는 것이다.
가공육과 붉은 고기 섭취는 줄이고, 비만하지 않도록 체중을 조절한다면 암 걱정을 조금은 떨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