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돗물 치명적인 ‘좀비 화합물’ 에 오염… 우리나라는?
미국 수돗물 치명적인 ‘좀비 화합물’ 에 오염… 우리나라는?
미국 수돗물 절반이 건강에 치명적인 물질인 PFAS로 오염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PFAS는 매우 안정해, ‘영원한 화학물질’, ‘좀비 화합물’ 등의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잘 분해되지 않아 여러 나라에서 속을 썩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일까?
PFAS, 분해 없이 영원히 남는 좀비 화합물
미국지질조사국(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 USGS)이 최근 미국 수돗물 성분을 분석한 결과 발견한 치명적인 물질은 과불화화합물(PFAS)이다.
USGS는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미국 716개 지역의 공공, 민간 수돗꼭지에서 물 샘플을 수집해 분석했고, 그 결과 45%에서 기준치를 넘는 PFAS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PFAS는 탄소와 불소가 결합한 유기 화합물로, 방수·얼룩 예방·내열 기능이 있어 의류, 생활용품, 식료품, 화학, 자동차 반도체 등 매우 다양한 산업에서 널리 사용된다.
그러나 분해는 잘되지 않아 잔류 되는 양이 많다. 실제로 USGS 연구에서 확인된 오염된 물은 대체로 오대호, 동부 해안, 캘리포니아 중·남부 등 화학 물질을 사용하거나 폐기하는 현장 근처에서 발견됐다.
잘 분해되지 않는 만큼 소비자들은 다양한 곳에서 PFAS에 노출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화학학회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어린이 제품에서도 유해한 PFAS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19년엔 미국인 98%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PFAS가 발견될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암, 호르몬 이상, 간·콩팥 손상 유발해
PFAS를 섭취하면 인체에 지속적으로 남아 건강에 치명적이다. 수돗물 오염 보고서가 충격적인 이유도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가정이 많기 때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PFAS에 장기간 노출되면 호르몬 이상, 간·콩팥 손상, 암 위험 증가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인간의 건강에 훨씬 위험하며, 매우 낮은 수준에서도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PFAS의 치명성을 인지하고 다양한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PFAS를 포함한 독성 화학물질의 사용금지를 다룬 ‘EU리치(EU REACH, EU 내에서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모든 화학물질에 대해 유통량·유해성 등에 따라 등록평가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제도)’ 개정안을 공개했다.
PFAS 규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검토하던 덴마크는 2021년 PFAS 화합물 그룹 전체를 식품 포장재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의 워싱턴, 매사추세츠 등 많은 주에서는 제조업체가 제품에 PFAS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도입하거나 통과시켰다.
우리나라, 미량 확인돼 규제 없어
아직 우리나라엔 특별한 규제가 없다. PFAS에 대한 분석과 실태조사는 있었지만, 검출된 농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1년 유통 중인 화장품과 수돗물에서 PFAS 분석과 실태조사가 있었고, 미량이 검출됐다.
평생 노출돼도 위해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는 노출량인 ‘인체노출안전기준’에도 못 미치는 양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4월 PFAS를 포함한 유해화학물질 통합 위해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위해성이 낮다’로 결론 내렸다.
식약처는 “PFOA와 PFOS 등 과불화화합물 2종의 주요 노출원은 90% 이상이 식품이며,
물과 먼지 등 환경으로 인한 노출은 낮아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식습관이 노출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했다.
수돗물에 정수 필터를 설치하고 주기적으로 교체하면 수돗물을 통한 PFAS 위험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