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덜 배부르게 마시려면 ‘콸콸’ 따라라?
맥주 덜 배부르게 마시려면 ‘콸콸’ 따라라?
손 씻을 때 ‘이 부위’ 안 닦여 세균 가장 많이 남는 곳은?
많은 사람이 맥주를 따를 땐 잔을 살짝 기울여 따른다.
거품이 너무 많이 생기면 따른 사람에게 눈치를 주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기울이지 않고 맥주를 콸콸 막 따르는 게 맞는 방법이라는 내용의 콘텐츠가 SNS에서 확산하고 있다.
해당 영상에서 외국인 남성은 막 따라야 거품도 많이 나와야, 맥주를 마셨을 때 쉽게 배부르고 더부룩해지는 걸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맞는 얘기일까?
◇맥주 거품, 맥아 속 단백질 덕분
먼저 맥주 거품에 대해 알아보자. 맥주는 샴페인, 콜라 등 다른 탄산음료와 달리 컵에 따랐을 때 거품이 바로 사라지지 않는다.
비교적 오랜 시간 음료 윗부분에 유지된다. 맥주 속 단백질 덕분이다. 맥주는 보리를 가공해 만든 맥아로 즙을 내고 끓이면서
뽕나무과 식물인 홉 열매를 첨가한 뒤, 효모로 알코올 발효를 유도해 만든다. 알코올 발효 중 효모는 이산화탄소를 뿜어내, 완성된 맥주는 탄산가스를
0.3~0.4% 포함하게 된다. 맥주를 잔에 따르면 이렇게 만들어진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맥아 단백질과 홉의 폴리페놀은 계면활성제 역할을 하며
꽤 안정적인 구조로 탄산가스를 둘러싸 날아가는 걸 막는다. 이때 만들어지는 게 바로 거품이다. 같은 이유로 보리보다 더 단백질 성분이 많은 밀을
주재료로 만든 밀맥주는 탄산 가스가 날아가는 것을 더 잘 막아 작고 밀도 높은 거품이 형성된다.
막 따르기, 배부름 방지 효과 크지 않아
실제로 거품을 만드는 데 따르는 방법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맥주잔을 기울이지 않고 막 따라야 거품이 많아진다. 맥주가 잔에 떨어지는
면적이 좁아져 충돌 에너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손바닥으로 때리는 것보다 주먹으로 때렸을 때 더 큰 힘이 전달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충돌에너지가 커지는 만큼 맥주 속 탄산가스도 더 많은 에너지를 전달받아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 치게 된다.
맥주 표면으로 올라간 탄산가스양이 많아지니 거품의 양도 많아진다.
원리만 보면 기울이지 않고 맥주를 콸콸 따라 마셨을 때 실제로 배도 덜 부르고, 더부룩해지는 걸 방지할 수 있다. 거품이 많이
나면 실제로 빠져나가는 탄산 가스양도 많아져 맥주 속에 남아있는 가스 양도 줄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맥주문화협회 윤한샘 협회장은 “해당 영상 내용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지만 과장돼 있다고 본다”며 “보통 우리는 맥주를 한 번에 마시지 않아,
잔에 담긴 맥주 속 탄산이 사라진 후 마시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탄산이 과하게 들어있는 맥주를
마시거나 원샷할 때라면 콸콸 따르는 게 맥주가 속을 더부룩하게 만드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듯하다”고 했다.
◇맛에는 확실히 영향 줘
콸콸 따라 마시는 방법은 일상 속 배가 더부룩해지는 걸 방지하는 데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지만, 맛에는 확실히 영향을 줄 수 있다.
맛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빠진 맥주가 되기 때문이다. 맥주 속 녹아있는 적당한 탄산은 혀에서 맥주 향이 도드라지게 한다.
한편, 거품이 너무 없어도 맥주 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 탄산가스가 거품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맥주에 남은 과도한 탄산은 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맥주 향미를 즐기는 걸 방해햘 수 있다. 윤한샘 협회장은 “맥주 스타일에 따라 적정한 탄산 양이 다르다”며 “일반적으로 목넘김이 중요한 맥주인 필스너나 라거는 높은 탄산,
향미가 중요한 스타우트나 IPA는 중간 정도의 탄산이 맥주를 마시면서 느껴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맥주 맛을 살리려면 거품이 오래가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밀한 거품을 형성한 뒤 한 번 더 거품을 쌓아주면 된다.
윤한샘 협회장은 ” 중간에 잠시 쉬었다가 다시 따르면 풍성하고 단단한 거품을 만들 수 있다”며 “잔 위로 거품이 솟아올라도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했다.